

Why We Cook
인간은 왜 음식을 익혀 먹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만약 우리가 익히지 않은 음식을 그대로 섭취하고 살아간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질문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상 속 습관에 대해 다시 한 번 눈을 돌리게 만든다. 익힌 음식을 먹는 행위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것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기원을 생각해보거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 단순한 질문 하나를 시작점으로 삼아,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지금의 문명을 만들 수 있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고기를 불에 구워 먹기 전의 인간
음식을 익혀 먹는 습관이 생기기 이전, 인간은 생식(生食)을 기반으로 살아갔다. 이는 다른 유인원들, 예를 들면 침팬지나 고릴라의 식습관과도 유사하다. 그러나 익힌 음식은 생식과 비교해 소화가 쉬워지고, 에너지 효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는 특성이 있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 진화의 방향이 크게 전환되었다고 본다.
고고학적인 증거들, 그리고 동물 생리학에 근거한 생물학적 분석, 나아가 문화 인류학적 비교를 통해서도 드러나는 공통된 맥락이 있다. 익히는 행위는 단순한 조리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기점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시간을 절약하고, 관계를 만들다
익힌 음식은 단순히 더 맛있고 위생적인 문제를 넘어서, 식사를 준비하고 섭취하는 데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는 생존을 위한 노동과 섭식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인간에게 제공했다. 이 여유는 언어의 발달, 공동체 생활, 정서적 유대의 형성 같은 문명의 기반을 가능하게 했다.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이 생물학적으로는 유인원과 유사한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형태의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인을 설명한다.
“불은 음식을 바꾸었고, 음식은 인간을 바꾸었다.” 이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우리는 익힌 음식을 통해 단순히 배를 채운 것이 아니라, 타인과 식사를 나누고, 일상을 공유하고, 규칙과 예절을 만들어냈다. 이 모든 과정은 사회의 유지와 문화의 성립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결국 익힘은 생존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익힌 음식은 문화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조리의 방식이 단지 생존 전략이나 진화적 생물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익히는 방법, 재료의 선택, 나누는 방식은 그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과 직결되며,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는 고유의 방식으로 ‘익힌 음식’을 해석해왔다.
즉, 조리라는 행위는 단순히 음식에 열을 가하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 사람의 관계가 녹아든 상징적인 행동으로도 볼 수 있다.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이 부분은, 익힘이 어떻게 인간에게 ‘함께 먹는 법’을 가르쳐주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에서 얻은 시선
저자가 제시하는 관점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던 식사의 시작점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단순한 일상의 반복 속에 숨어 있는 인류의 선택들, 그리고 그 선택이 만들어낸 삶의 형태는 결코 가볍게 다가오지 않았다.
익힌 음식을 먹는다는 이 단순한 행위에 담긴 함의가 이렇게 깊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깨닫게 된 수확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상식 이상의 울림으로 남는다.
.淳. <2013년 첫 책이구나.. >
– 목차 – <Daum 책 에서 복사.>
추천의 말 불의 발견에서 요리의 발명으로 5
머리말 태초에 요리가 있었다 13
1장 생식주의자를 찾아서 33
2장 요리하는 유인원 59
3장 가열 조리의 엄청난 효능 81
4장 요리가 처음 시작되던 날 115
5장 화식, 뇌 성장의 원동력 143
6장 요리가 인간을 자유롭게 하리니 169
7장 요리하는 인간의 결혼 생활 191
8장 요리, 인류 진화의 불꽃 229
후기 요리의 진화, 요리의 물리학 249
감사의 말 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