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글방에서 나온 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를 빌려서 잠시 읽던중에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를 발견했다.
(원래 책의 중심 내용을 이해못하는 나같은 사람들이 꼭 주위의 것들에 딴지를 건다.. 책은 아직 1/5도 읽지 못했다.. 흠)

이책은 원래 지난 60년대에 북한 과학원 고전연구실 소속 리상호씨가 번역한 책을 요즘 나같은 남한 사람이 읽기 편하게 다시 손을 봐서 출간된 책이다.
이런 배경때문에 역자 서문에 마지막 문단에 재미있는 문구가 나온다.
“삼국유사 전권 역주본을 오늘 우리 손으로 발간하게 되었다는 것은 언제나 우리나라 고전문화의 계승 발전을 위하여 심심한 배려를 돌리고 있는 조선노동당의 정확한 과학문화 정책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성과임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된다.”
태어나서 북한 사람이 쓴 글을 처음 읽어본 나로서는 저 문구가 참 신기하게 다가왔고, 어릴적 학교에서 배웠던 “북한은 공산당이 모든걸 장악하고 있어서 모든사람이 공산당! 공산당! 하고 살아간다~”라는 이념교육의 내용이 다시 내 머리속을 스쳐가도록 만드는 계기가되었다.
역시 어릴적에 주입식으로 배웠던 (정확히 말하면 머리속에 그리고 내 의식 저 깊은곳에 주입된) 알수 없는 저항감 때문인것인지 난 쉽게 “역시 북한은…”이라고 생각하고 ‘노동당’에 아첨 비슷한 글귀를 남김 리상호라는 학자에 대하여 ‘역겨운’ 그리고 ‘안쓰런’ 마음이 대뜸 들어버렸다.
하지만, 문득 우리 학교에서 배운 시조 하나 생각해 보니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江湖(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興(흥)이 절로 난다.
탁료 계변에 錦鱗魚(금린어) 안쥐로다.
이 몸이 閒暇(한가)해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江湖(강호)에 녀름이 드니 草堂(초당)에 일이 업다.
有信(유신)한 江波(강파)난 보내나니 바람이로다.
이 몸이 서날해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江湖(강호)에 가알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잇다.
小艇(소정)에 그믈 시러 흘니 띄여 더져 두고.
이 몸이 消日(소일)해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江湖(강호)에 겨월이 드니 눈 기픠 자히 남다.
삿갓 빗기 쓰고 누역으로 오슬 삼아.
이 몸이 칩지 아니해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 맹사성(孟思誠, 1360 ~ 1438) 고려 말 조선 초의 재상.
“우리 나라 최초의 연시조라는 점에서 국문학사상의 의의를 가지 는 이 노래는 강호에서 자연을 즐기며 임금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어,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이르던 때의 시조풍이던 충의사상(忠義思想)이 잘 나타나 있다.” (시조의 감상 길잡이라는데 이렇게 나온다.)
재미있다. 조선 노동당에 대한 충성의 문구는 ‘공산주의의 개’이고 조선시대 지도층의 임금에대한 아부는 아름다운 싯구일 따름이다.
노랫구절이 하나 떠오른다.
“나이가 들수록 예전 같지 않은 행동들.돌고 도는 기억속에 선명히 낙인찍힌 윤리, 도덕, 규범, 교육. 그것들이 날 오려내고 색칠해서 맘대로 이상한걸 만들어 냈어.
내 가죽을 벗겨줘, 내 뱃살을 갈라줘. 내안에, 내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나도 궁금해. “
– Moon Madness (月狂) 신해철
– .淳. <책을 읽을때는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하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