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후지쯔는 매출 1조 엔, 경상이익 1,000억 엔을 달성했을 때 전 직원에게 1만 엔의 보너스를 지급했고, 직원들은 이에 감동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후, 후지쯔는 전 직원이 공유해야만 하는 처지에 처하게 되었다.
1993년, 후지쯔는 일본 대기업 중 최초로 성과주의 시스템을 도입하였고, 역대 사장들은 성과주의에 입각하여 후지쯔를 경영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주의는 결국 경영진에 의해 부정되었고, 회사는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 이 책의 논지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후지쯔는 서구식의 성과주의를 최초로 도입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의미를 제대로 숙고하지 않고 도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1992년 처음으로 경영 적자를 기록한 후지쯔는, 주변 환경의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실리콘 밸리에 사찰단을 파견하였고, 그곳에서 열심히 엔지니어들과 그들의 노동 의욕을 지탱하는 성과급 시스템을 보게 되었다. 이에 영감을 얻은 후지쯔는 ’오래 근무하면 직위가 높아진다.’라는 것을 ‘개인의 성과를 중시하자’라는 것으로 발상의 전환을 바꾸어 인사제도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직원들은 의욕을 상실하고,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다. 성과주의를 도입하기 위해 시행한 MBO 제도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고, 품질은 저하되었다. 결국 후지쯔는 성과주의를 후퇴시켰고,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문제는 성과주의가 아니었다. 후지쯔는 자신들의 문화에 맞지 않는 성과주의를 너무 성급하게 도입하려 했던 것이 실패의 주된 이유였다.
일본 후지쯔는 두 가지로 유명하다. 일본에서의 미국식 성과주의 도입의 선도자이자, 미국식 성과주의 도입 실패의 표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아마 그 한가운데에서 성과주의에 대한 많은 고민과 뼈저린 실패를 겪어왔을 것이다. 시장경제는 결국 인간 본성에 대한 시각의 차이에서부터 시작해서, 그 운영 기법이 결정된다. 기업이 사람을 성선설의 견지에서 보는가, 성악설의 견지에서 보는가. 후지쯔는 인간을 성악설의 견지에서 바라봤고, 자신의 직무에 소임을 다하려 하지 않는 직원들을 돈으로서 견인하고자 했던 후지쯔의 성과주의는 저자의 말대로 엄청난 후유증을 남기고 실패했다. 사람들은 정신이 결여된 ‘틀’만의 제도 도입이 가져올 수 있는 당연한 귀결이라고들 말한다.
기업은 문화가 중요하다. 세상에는 많은 회사들이 있고, 많은 제도들이 있으며, 그 좋아 보이는 제도들을 우리 회사에 도입만 해주면, 회사가 좋아질 거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다.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알고 문화를 알고,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전에는 남의 것이 좋아 보인다고 섣불리 우리에게 입혀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인사팀에서 일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듣는 경우가 많다. 다른 회사의 이런 제도는 우리도 하면 좋을 텐데, 다른 회사의 이런 혜택은 우리에게는 왜 없냐고.
필요한 건 우리 자신이 먼저 변하는 것이 아닐까.
2013.04.19 .淳.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한번..>